[한 칸 영화제]책과 영화로 고려인과 가까워지다

구나경/고려인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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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 로컬은 콩밭2로 출간된 고려인자매 가족사 출간기념회 겸 41'C 한 칸 영화제가 내포 메가박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9월에 키르기스스탄에서 오신 갈리나, 발렌티나님의 가족사를 책<다시, 한국에서 뿌리내리다>으로 담았는데, 이번에는 소개영상과 함께 영화 '영웅'을 관람하며, 모습은 닮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고려인과 한국인들, 재외동포 고려인을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재외동포 고려인은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생존과 독립운동을 위해 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인들로, 차후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지역으로 추방당해서 구소련지역(독립국가연합)에 거주하게 됩니다. 당시 17만 명이 넘는 조선인이 갑자기 짐을 꾸려 기차에 실려 낯설고 척박한 곳으로 이동했고, 당시 기차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고요. 그렇게 어렵게 타국에서 삶을 꾸려간 선조들의 뒤를 이어 많은 고려인분들이 소련의 소수민족 중에서도 가장 근면하고 잘 사는 민족으로 뿌리내릴 정도로 열심히 살아냈습니다.

갈리나 자매님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렇게 가족을 꾸리고 생계를 책임지며, 자손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셨고요. 제가 20년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만난 고려인분들도 한국어는 잘 구사하지 못 하시지만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으로 생을 지탱하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현재 국내 거주하는 고려인분들은 4만명이 훨씬 넘는데 우리의 이웃으로서 잘 살아가고 계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서 만나는 고려인분들에게 작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따뜻하게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갈리나님에게는 미시적인 측면에서 가족사의 일부이지만, 고려인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 지역민들에게는 고려인을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고, 자매분과 한국어 공부하며 이야기하다 보니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계셨어요. 분명히 그 시절 많은 고려인분들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고, 직간접적으로 독립운동을 도왔을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 대부분 잘 모르고 계시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영웅'이란 영화를 보여드리기로 했지요. 그래서 독립운동후손돕기 모금도 하기로 했고요.


메가박스에서는 7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6층에서 바로 5관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그래서 홀에서 지역 청년이 첼로연주도 하고, 자매의 책사인회도 하고, 다과도 나누며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맛있는 팝콘과 콜라도 준비했지요. 저희 <품다>는 떡도 맞추고 과일도 준비했어요. 갈리나님 손자인 티무르의 태권도대회가 보령에 있어서 원래 2시에 진행하기로 했던 영화제를 6시에 시작했거든요. 배고프실까봐 마음이 쓰였고, 좋은 날이니 떡도 나누고요^^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갈리나 자매분의 가족들도 오시고, 인근 지역의 고려인분들도 함께 해주셨고, 경기도부터 대전 천안 아산 지역을 비롯해 관심있는 지역민들께서 자리를 지켜주셨고 홍성군 가족센터에서도 많은 분들이 자리해주셨어요. 너무 늦은 시간에 끝나서 어린 학생들은 조금 일찍 귀가해 아쉽기도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고 끝까지 함께 해주신 분들이 서로 축하해주시고 감동을 나눠주셨어요.

저희가 따로 제작한 영상은 한글 자막을 넣어서 오신 분들이 자매의 가족 이주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고, 이 분들의 조상은 어떤 분들인지, 현재 한국에서의 삶은 어떤지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어서 지역민들에게 고려인을 이해하는 시간이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해요. 두 분이 모든 고려인분들을 대변할 수도 대표할 수도 없지만, 어려운 날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다시 한국에서 뿌리 내리고 있는지, 또 우리들이 그분들의 한국 정착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다른 고려인분들도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70분이 넘게 다녀가셨는데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중간 중간 잠깐이라도 들러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려요. 

마침 10월 26일은 115년 전, 우리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입니다. 

참 의미있는 날, 영화제를 진행하게 되어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하얼빈 한 복판에서 '꼬레야 우라"를 외쳤던 안중근 의사를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요..그런데도 많은 한국 사람들도 안중근 의사를 교과서 속에서만 접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영화를 통해 더 가슴 깊이 각인하는 시간이 되었을 거라 믿어요. 한글자막도 없지만 고려인분들도 감동적이었다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주셨거든요. 영화도 너무 아름다웠고요. 그분들이 안중근 의사를 알게 되어 가슴벅차고요. 그 전율이 느껴지시나요? 

영화가 끝나고 축하의 꽃다발도 드리고 소감도 들어보았어요. 통역은 발렌티나님의 딸 윤 이리나 양이 수고해주었습니다. 너무 늦지만 않았다면 더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합니다. 

갈리나님의 손녀 샤샤는 화성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데요. 그동안 한국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키르기스스탄에서의 삶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가족의 역사를 알게 되고, 또 학교에 가서 이 책을 보여주니 다들 감동했다고 해요. 발렌티나님의 따님도 일하는 곳 사장님께 보여드리니 참 좋다고 하셨고요.  짧은 시간 만드느라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우리의 작업이 의미가 있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함께 한 저희들도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희에게도 고려인을 새롭게 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제를 함께 준비한 저희 품다 식구들과 도와주신 박선생님께도 감사드리고, 뜻 깊은 시간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충남사회혁신센터에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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