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충남 보령 이주 3년차 오상욱∙한여울 부부가 말하는 ‘청라포레스트’의 삶

충남 보령 이주 3년차 오상욱∙한여울 부부가 말하는 ‘청라포레스트’의 삶

“나의 노동들이 진짜 내 경력, 내 능력으로 남겠죠.”


Ⓒ충남사회혁신센터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 시골로 이주했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 똑같이 묻는다. “농사짓느냐”고. 충청남도 보령시 청라면으로 삶을 통째로 옮긴 이주 3년 차인 오상욱, 한여울 부부는 농사 짓지 않는다. 시골에서 밥벌이하는 게 어렵지 않냐는 걱정스러운 물음에 부부는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로 돈 버는 지금이 너무 만족스럽고 즐겁다”고 답한다. “시골이 준 새로운 기회 덕분에 진짜 내 경력을 쌓아가는 중”이라면서 “아주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부부. 결혼 후 살던 경기도 안양을 벗어나 약 네 달 만에 보령으로 이주해서 생산자이자 기획자로 사는 일상을 들어보고자 지난 11월 27일 보령시 청라면 '청라 포레스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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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지붕이 돋보이는 흰색 단층 시골집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대문을 막 들어가도 되나 싶어 주저하다가 남편 상욱씨를 만났다. “이 대문은 열어놓고 다녀요. 그냥 통과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놀라웠는데 택배 아저씨도, 우체부 아저씨도, 동네 주민들도 다 들어와요.” 도시 사람들만 대문 밖에서 기다린다는 상욱씨 얘기에 웃으며 가족들이 거주하는 안채에 들어섰더니 탁 트인 논밭이 액자처럼 걸린 거실 창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인터뷰는 거실 겸 주방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도중 첫째 딸 로라(만 5세), 둘째 딸 은하(만 1세)도 하원을 마쳤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같은 삶

“우리 시골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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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1년 6월 보령으로 이주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지역으로 이주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상욱: “제가 어렸을 때 살던 부산에 동네 뒷산이 있어서 봄에는 버찌 따고 여름엔 가재 잡고 놀았는데요. 산에서 놀던 추억이 오래 가더라고요. 학교에서 배운 건 기억도 안 나지만 뒷산에서 뛰어 놀았던 건 생생하게 기억나서 우리 아이도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는데 마침 코로나19가 터진 거죠. 

집 앞만 나가도 아이한테 마스크를 씌워야 하니까 미안하더라고요. 첫째 딸 로라(당시 만 2세)가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시기인데 안타깝기도 했고요. ‘사람 없는 산골로 마스크 벗는 여행을 가보자’며 2박 3일 강원도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너무 좋아 연장하고는 4박 5일을 있었어요. 별 보고 불 피우고 기타 치고 지냈던 게 너무 좋더라고요. 이런 삶 너무 좋다 했죠.”

여울: “한겨울이었는데 외롭기는커녕 오히려 정겹고 자연 속에 있으니까 힐링이 따로 없는 거예요. ‘이런 삶 참 괜찮다’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1년쯤 흘렀을까요. 어느 날 로라를 재우고 새벽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게 됐는데요. 영화가 끝나자마자 둘이 마주보고 외쳤죠. “여보 가자, 우리 이사 가자. 시골로 가자.” 다음날 아침 아이 맡기고 곧장 둘이 시골로 집 보러 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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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에 지역으로 이주하는 삶에 대해 자주 의견을 나눠 보셨던 거예요?


상욱: “아뇨. 영화보고 그날 새벽 덜컥 매물을 찾았죠.” 

여울: “시골로 이사가자는 얘기를 직접 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근데 아이가 점점 크면서 활동성이 많아지니까 넓은 집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죠. 코로나19도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처음엔 가까운 양평을 갔는데 도로도 불편하고 저희 예산에 맞추니 마음에 드는 집이 없더라고요. 그럼 조금 더 내려가볼까 하다가 보령으로 오게 됐죠. 보령이 산도 있고 바다도 있더라고요.”

상욱: “기차역도 가깝고 서해안 고속도로도 뚫려 있어 교통도 편리하고요.”




대문 열자마자 심장 두근거리는 시골집에 이끌려

결심 네 달 만에 보령 이주


Q. 매물로 나온 집은 어떻게 찾았어요?


여울: “도시 사람들에게 네이버 부동산 말고는 지역 매물을 찾아볼 만한 곳이 없어요. 네이버 부동산 통해 집 보러 내려오면 토요일 세 집, 일요일 네 집 이런 식으로 엄청 많이 보러 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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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집 보러 다니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실망감 같은 건 없었어요? 사이트에 올라온 것과 실제 본 것이 다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상욱: “사진에는 집만 있다는 것이에요. 집 밖의 정보를 알 수가 없죠. 저는 로드 뷰로 도로 환경 같은 것들을 미리 보려고 했어요. 언덕이나 경사도 같은 것들을 체크했죠. 아이가 있으니 집 바로 앞에 차가 다니는 큰 도로 같은 것은 없는지도 살펴보고요.”

여울: “시골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의 집 안을 누가 자세히 찍겠어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었고요. 이곳의 정보 교류는 거의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걸 살면서 알게 됐죠. 이장님한테 소스가 많은 것 같아요. 이장님한테 이 마을에 비는 집 있냐 물어보면 대부분 알고 계시더라고요.”


Ⓒ오상욱∙한여울 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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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두 분이 추천해주고 싶은 집 찾는 법이나 거래 꿀팁 같은 게 있을까요? 


상욱: “마을 어귀에 OO상회 같은 곳에 가서 문의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을이 예뻐서 집 보고 싶은데 어느 분한테 연락 드리면 될까요?” 물어보면 어디 가보라고 알려주거나 이장님을 연결해줄 거예요” 

여울: “만약 지역만 정하고 마을은 정하지 못한 상태라면 지역 ‘귀농귀촌협의회’에 전화 걸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귀농귀촌협의회는 지역에 관심 갖고 오려는 도시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려고 하거든요. 귀농귀촌협의회 사람들도 전부 타 지역에 살다가 이주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배 개념이라 할 수도 있고요.

면사무소로 찾아가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전입을 정말 반기거든요. 면사무소 가서 “이 마을에 이사 오고 싶어 고민 중인데 혹시 도움 주실 수 있을까요?” 물어보세요. 면사무소는 마을 이장님들과 다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Q. 집을 살펴볼 때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상욱: “축사, 돈사 위치를 파악해두는 게 중요해요. 지도에 잘 안 나오거든요. 축사는 생각보다 냄새 안 나는데 돈사는 냄새가 심할 수 있거든요. 여름철 비 오는 날 가서 비가 새는지, 매수가 안 되는 곳은 없는지 확인하면 좋겠죠. 건축물 대장을 확인하는 것도 도움되는데 실제 건축물 대장과 다를 수도 있으니 집 계약 전에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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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집을 계약하고 수리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여울: “집을 수리하는 동안 발생하는 민원을 피해갈 수가 없는데 그게 힘들었어요. 우리가 바로 옆에 있었다면 민원들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이가 있으니까 일상을 다 놓고 달려올 수가 없는 거예요.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니까 그에 상응하는 비용도 더 커졌죠. 오후 4시 이후에 소음 내지 말아달라고 하니까 오후 6시에 퇴근해도 되는 인테리어 공사 인부를 4시는 보내 드려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 공사가 계속 딜레이 되고 인부 인건비는 계속 늘어났고요.”

상욱: “담장을 맞대고 있는 집 주인이 어떤 성향인가 파악하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가 깨달은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장님이나 아는 사람을 미리 섭외해두고 민원이 발생했을 때 현장 가서 봐 달라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우리가 공사하기 전에 이웃 집들을 미리 돌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양해 인사하고 불편한 게 생기면 연락 달라고 했다면 마찰이 좀 덜했을 거라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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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 준 새로운 기회

지원받으면서 쌓는 ‘진짜’ 내 경력

“생산자가 되어 시야가 더 넓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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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주하기 전에 정착에 도움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본 건 없나요? 도심에서 하는 귀농∙귀촌학교, 지자체에서 하는 5도2촌이나 한달 살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상욱: “여의도 산림청 산하기관에서 귀∙산촌 교육 수업을 들었어요. 정부 지원이 되기 때문에 본인 부담금이 20~30% 정도밖에 안 될 거예요. 청년은 추가 할인도 되고요. 아쉬운 점은 지역 이주 하고 싶어도 3040에게 맞춰진 프로그램이 없다는 거예요. 직장 다니면서 수업을 주중에 들을 수 없잖아요. (지자체가 청년들의 지역 이주와 정착을 원한다면) 주말을 이용해 2박 3일 농촌 체험 또는 가족 단위로 머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싶어요.”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요. 우리가 귀촌인이라고 하지만 사실 돌아온 게 아니잖아요. 저는 도시에서 회사 다니다가 시골로 내려온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지은 단어는 ‘이촌’이에요. 옮길 이(移), 마을 촌(村). 촌으로 이동했다는 거죠.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 뒀어요. ‘이촌맨’이라고. 저는 귀촌이 아니라 ‘이촌’한 사람인 거죠”



Q. 지역으로 이주를 결심했을 당시 두분 다 직장인이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상욱 님은 연차가 꽤 쌓인 대기업 직원이었는데요. 서울에 살면서 지금까지 일궈 놓은 경력을 놓는다는 게 아깝진 않았나요? 


상욱: “제가 9년차였는데 아깝지 않았어요. 회사 다니면서 항상 생각한 게 5년 후, 10년 후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였는데 갑갑하더라고요. 월급은 받지만 미래는 모니터 앞에 시야가 가린 것처럼 안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회사를 그만두려 했을 때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시기였는데 시골이 제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 같아요. 

회사에서 쌓은 경력은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필요하겠죠. 저는 개인사업자가 됐잖아요. 새로운 길을 가는데 서울이나 안양에서 시작했다면 초기비용이 많이 들었겠죠. 시골에 와서는 완전히 다르죠. 지원받으면서 경력을 쌓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요. 지금까지 계속 노동자로만 살다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가 되어 보니 시야가 많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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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원받아 경력을 쌓고 있다고 얘기하셨는데요. ‘청라포레스트’로 이름 붙여 운영 중인 공방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하게 된 거예요?


여울: “저희가 집부터 샀잖아요. 집에 뭔가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뭘로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보령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창업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우리가 산 공간을 창업 공간이라고 하면 지원해주겠다 싶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재밌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다가 공방을 아이템으로 정한 거죠. 아이가 있으니까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우리 삶이랑 너무 멀어지면 이 창업도 결국 회사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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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한여울 부부 제공

Q. 그럼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여울: “지금까지 3개 지원 사업을 받았습니다. 저희에게는 시골을 새롭게 보는 눈이 있었어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따와 ‘청라포레스트’라는 공방 이름을 짓고, 시골과 관련된 테마로 한 아이템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지역을 위해서 농촌을 알리고, 시골의 매력을 담은 아이템을 기획했죠.”

상욱: “첫 상품이 ‘청라 화로 만들기’ 키트였어요. 시골집 보면 아궁이나 화로가 하나씩 있잖아요. 이 집 이사 왔을 때도 있었고요. 불 떼고 가마솥 끓이는 게 재밌잖아요. 그래서 이것을 미니어처화해서 키트로 개발했어요.”

여울: “지금은 관광두레 지원에 참여하고 있어요. 저희는 보령 관광두레 팀으로 소속돼 관광 관련된 아이템을 만들어요. 지금 새로운 아이템을 모색하고 있어요. 관광두레 사업팀으로 지역 행사 부스에 많이 참여하고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요. 보령시 행사에 많이 참여하다 보니 보령에 대한 애정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관광두레는 지역주민들이 지역 고유의 특색을 지닌, 숙박∙식음∙여행∙체험∙기념품 등을 생산, 판매하는 관광사업체를 창업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사업이다.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관광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며 2013년 시작해 2023년 3월 기준, 59개 지역 320여 개 주민사업체를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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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의 첫째 딸 로라 하원 시간이 돼 상욱 씨가 딸을 데리러 나가느라 인터뷰는 잠시 중단됐다가 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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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추천하고 싶은 지원사업(지원금)이나 사례가 있다면?


상욱: “세 개 키워드로 말할 수 있어요. 청년, 창업, 여성. 이게 각각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지원할 때 다른 두 개가 가산이 붙는다고 보면 돼요. 전국적으로 지자체에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정말 많아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 창업 사관학교’도 있고요.”

여울: “시골 가면 농사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농사는 해보지 않으면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시설 투자도 많이 들고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하는 분야죠. 예를 들면 제가 이 주변에서만 양송이 농장 하는 사람이 3명이나 되거든요. 근데 책방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지원사업이라는 게 뭔가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사업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지원해주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상욱: “맞아요. 없기 때문에 유리하고 유일하기 때문에 또 지원해줘요. 경쟁력이 있다면 하나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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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공방이 가계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나요? 지역으로 이주해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바로 ‘내려가서 뭐하고 살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여울: “공방은 아직 주 수입원이 되진 않아요. 돈을 벌어도 다시 상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거든요. 대신 저는 지역에서 연극 강사로 활동하면서 돈 벌고 있어요. 감사한 건 제가 원하는 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에요. 제가 지방에서 연극 전공했다는 자격 하나로 기회가 정말 많았어요. 공방도 제가 원하는 일이었고, 연극도 제가 너무 재미있어 하는 일인데 좋아하는 일로 돈까지 버니까 너무 즐겁죠. 남편은 영상 편집을 외주로 하고 있어요. 지역 행사 촬영을 가기도 하고, 사진 알바도 해요. MC도 보고요.

창업 준비하느라 한창 바빴을 때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고 오셨어요. “여기 젊은 사람들이 이사왔다 들었는데 일 좀 해줄 수 있냐”고요. 컴퓨터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까 시간제로 일 좀 해달라고 직접 찾아온 거예요. 전화도 왔어요. 우리 사무실에서도 일 좀 해주면 안되겠냐고요. 창업이 두렵다면 시간제 단기 근무나 지역 공공일자리를 먼저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불편한 게 없는 삶,

대기 없는 삶,

모든 방식에 주도적인 삶


Ⓒ오상욱∙한여울 부부 제공


Q. 3년째 보령에 살고 계신 데요, 살아보니 어떤 게 가장 만족스러운지 궁금합니다.


여울: “불편한 게 없는 것이요. 그러니까 도시에서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에 돈을 쓰고 찾아다니고 줄을 섰다면 이곳에서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예를 들어 사람이나 회사 스트레스 같은 것들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에 그 자체로 행복한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또 내 땅이 있잖아요. 도시에서는 집을 예쁘게 꾸며도 어차피 언젠가 팔 테고 회사에 공들여도 그게 온전히 내 것이 아니지만 여기서는 내 땅에 내 작물을 심고 내가 지금 만들어내는 나의 노동들이 진짜 나의 경력, 나의 능력으로 남는 것 같아요.” 

상욱: “그리고 대기 없는 삶! 소아과가 많아서 대기가 없어요. 요즘 신도시에서는 젊은 층은 많은데 소아과는 없어서 오픈런한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요.” 

여울: “아이 키우기 너무 좋아요. 어린이집 가면 특활비라고 야외활동하고, 영어 수업 듣는데 내는 추가 비용이 있잖아요. 여기는 전부 지원이에요. 체험학습도 많이 가고 통학버스도 집까지 오고. 어린이집 가기 위해 대기할 필요도 없죠. 공립 유치원도 마찬가지고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예술활동도 많이 하고요. 여기서는 자연스레 학교 정규 수업처럼 돌봄 교실로 이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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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반대로 불편한 점은 없나요? 


상욱: “아무래도 친구들을 만날 수 없다는 거죠. 제가 서울에서 살고 회사를 다녔다 보니까 이곳 보령에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물론 커뮤니티가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여기서는 사람과 멀어지고 자연과 가까워지니까 그 자체가 좋으니까 여기 왔겠죠.”

여울: “어른이 되어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니까 그게 어색하죠.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모든 방식이 삶에 엄청 주도적이라고 볼 수 있죠, 관계도 직접 만들어가야 하니까.” 

상욱: “벌레가 많아요. 사람보다 훨씬 많죠. 배송도 느리고요. 차 없이 이동이 안된다는 것. 근데 살다 보면 적응돼요.” 

여울: “그리고 땅 문제가 있죠. 우리 땅과 옆집 땅의 구분이 애매해요. 경계측량 해보니 우리 땅인데 이미 옆집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살아왔으니 돌려달라고 하는 게 안 되죠. 우리 땅인데 공사를 못하는 거예요. 사람을 저버릴 수는 없으니까 포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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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무렵, 둘째 딸 은하까지 어린이집 하원을 마쳐 네 가족 완전체가 완성됐다. 


Q.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여울: “진짜 가고 싶은가 스스로 물어봐야 해요. 벌레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어두운 거 싫어하고 사람 없고 배달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삶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시골에 오면 고쳐야 할 것도 너무 많고 경제적인 부분도 항상 걱정되고 집 안팎을 가꾸고 쓸어내는 데 온전히 내 손이 필요한 것들이거든요. 계속 돌봐야 하는 게 많아요. 그러니까 나의 선호도를 확실하게 알아야 해요.”

상욱: “결국 경제활동인 것 같아요. ‘먹고사니즘’이라고도 하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지역을 옮기면 힘들어지죠. 내가 무엇으로 먹고 살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게 해결돼야 지역 이주를 고려할 수 있어요. 제가 여기 올 수 있었던 건 마침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했고, 영상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영상 편집을 하고 있을 때 이주를 결정하게 된 것인데요. 여기 와보니 영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까 자연스레 경제활동과 연결됐고요. 지역 이주를 하고 싶다면 경제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먼저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Q. 충남으로 이주 계획을 세우거나 충청남도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상욱: “충청남도는 충청도 기준으로 서쪽에 있고 충청북도는 동쪽에 있어요. 충청남도는 바다를 끼고 있고 평야가 많죠. 충청북도는 내륙에 위치해 있고요. 지역이 아주 다르다는 걸 알고 오셔야 해요. 충청남도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려 바다와도 가깝고요. 지역적으로 너무 좋은 지방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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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정진 

photographer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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